일상-단순하게 살자

1박 2일 경주 여행 2022.10.03 - 10.04 (4) 여행 둘째날

꿀짱이 2022. 11. 1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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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야경 구경한다고 돌아다니느라 숙소에 돌아와 씻고 잠자리에 든 시각이 제법 늦었었다.

한옥 숙소라 방음에 취약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숙소 손님들이 다들 조심해서 그런 건지 소란스럽거나 시끄럽다고 느껴진 건 없었다.

그런데 잠자리가 낯설어 그랬는지 깊이 잠들지 못하고 중간중간 몇 번을 깼는지 모르겠다.

거의 밤샌 기분. ㅠㅠ

날이 밝기 시작해서 방문으로 부연 빛이 느껴지기 시작하니 아예 잠들려는 노력도 포기.

작은 방 안에서 뒹굴거리느니 아침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산책이나 하기로 하고 7시 반쯤 숙소를 나섰다.

 

 

숙소 대문을 열고 나가 길 하나 건너면 바로 첨성대.

숙소에서 첨성대까지 1분이나 걸리려나 ㅋ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아직 비는 내리지 않고 구름만 잔뜩 끼었다.

 

 

이른 시각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문이나 울타리가 전부 낮아서 훤히 다 보이니 문 연 거나 다름없다.

그냥 완전히 공개된 거나 다름없네.

그러니 첨성대는 입장료나 관람료가 없다.

 

 

아니, 내가 왜 가로등 사진을 찍었을까.

실은 저 멀리 보이는 핑크 뮬리 밭을 찍으려고 한 거다. ㅋ

가로등이 너무 주인공처럼 한가운데 있네 ㅋㅋ

 

 

첨성대를 뒤로 하고 월성 쪽으로 걷다가 개천을 따라 나 있는 흙길과 마주쳐 그 길에 들어섰다.

개천에서 놀던 오리들이 우리가 다가가니 경계하다가 날아가 버림.

방해하려던 건 아닌데 미안해지네.

졸졸 흐르는 개천과 흙길과 꽃, 날아가는 새.

잔뜩 껴있는 먹구름까지 웬지 분위기 있어 보인다. ㅋ

 

 

여러 가지 박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박 터널.

무거운 늙은 호박은 줄을 엮어 아래를 받쳐놨다.

 

엄마는 연신 이 동네 사람들은 좋겠다, 아침마다 이런 곳 산책하면 좋겠다~ 하신다.

공기도 상쾌하고 정말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 바퀴 돌고 핑크 뮬리 밭으로 입성.

우리처럼 산책 나온 사람들도 있고 사진 찍는 사람들도 보인다.

관광객이 많은 시간을 피해 출사 나온 듯.

우리도 사진 여러 장 찍었는데 피곤한 몸에 잠도 설쳐서 퉁퉁 부은 얼굴에 부스스한 머리와 옷차림... ^^;;

 

30분쯤 산책했는데 여전히 아쉬워서 숙소로 들어가지 않고 계속 길을 따라 가봤다.

 

 

앞쪽에 커다란 곤충 모양 상이 보였다.

무슨 곤충일지 짐작은 감.

 

 

역시나 비단벌레.

황남대총과 금관총 등에서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유물들이 나왔더랬지.

얼마 전에 쪽샘유적발굴관에서도 비단벌레 장식 유물이 나왔다고 들었다.

 

 

비단벌레 전기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었다.

금빛길.

이름 좋다. ㅋ

 

 

넓게 펼쳐져 있는 잔디밭과 오래된 나무들을 보니 언뜻 호주가 떠올랐다.

논밭 외에 인공적인 현대 건축물 거의 없이 이렇게 넓게 펼쳐진 초록색 땅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으려나.

고분만 빼면 호주의 공원이나 교외 풍경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면서 뭔가 경이로운 느낌까지.

이 많은 무덤들과 나무들이 수백, 수천 년 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테지.

 

조식 시간도 다 됐고 더 내려가면 계림까지 가게 될 것 같아서 걸음을 돌려 숙소로 돌아갔다.

아침 먹고 짐을 챙겨 숙소를 나오니 10시쯤.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경주 여행 두 번째 날의 첫  코스 교촌마을.

가는 길에 계림도 구경하기로.

 

 

1. 계림

 

신라 김씨 시조 김알지가 태어난(?) 곳이라는 계림과 그 입구에 있는 1,300년 정도 되었다는 회화나무.

예전에 우레탄 수술했다가 거의 다 죽이고 수간부는 10% 정도만 살아있단다.

원래는 나무 둘레가 2미터 정도 되었다는데...

저 그루터기는 모형이다.

 

 

옆에서 본 모습.

모형 그루터기 뒤에 이끼 낀 부분이 간신히 살아남은 부분인 모양이다.

1,300년이나 살아온 나무를 인간이 함부로 손댔다가 한순간에 거의 죽여놓았으니... ㅠㅠ

 

계림에 들어서니 이런 고목이 우거져 있다.

확실히 지금껏 본 일반 숲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니 정말 원시림에라도 들어선 기분?

신라 건국 당시부터 있던 곳이라니까 천 년을 훌쩍 넘겨 살아남은 숲이다.

그렇게 오래된 나무들이라 나무 둥치는 굵직한데 키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은 느낌.

좀 더 천천히 거닐면서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데 성격 급한 엄마는 고목이 우거진 숲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앞서 성큼성큼 걸어 나갈 뿐. ㅜㅜ

계림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건 또 다음 기회로 미루고 교촌으로 향함.

아무래도 경주로 이사를 가야 하려나 보다. ㅋ

 

 

계림에서 나가며 겨우 찍은 오래된 나무 사진 한 장.

 

 

2. 월정교

 

교촌마을로 가기 전 지난밤에 본 월정교를 다시 들렀다.

월정교 바로 옆이 교촌이다.

 

 

월정교와 입구를 지키고 선 사자상.

옛날 사자상들을 보면 실제 사자와도 다르게 생겼고 모양도 제각각인데, 옛날에는 사자를 직접 볼 기회가 거의 없어 석공들이 상상해서 만든 모습이라 그렇단다.

밤에 본 모습도 예쁘지만 낮에 오니 안내문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밤과는 다른 모습의 월정교.

원래는 기와지붕으로 덮여있는 2층에도 올라갈 수 있다는데 비 오는 날에는 미끄러워서 개방하지 않는단다.

아깝다.

또 다음 기회에? ㅋ

 

 

밤에는 어두워서 몰랐는데 이런 징검다리가 있다.

다리 건너 보이는 곳이 교촌.

 

 

교촌으로 가기 위해 징검다리를 건너가다 중간에서 찍어본 월정교.

 

비가 와서 그런지 월정교에도, 주위에도 사람이 하나도 없다.

관광지가 맞나 싶을 정도.

교촌에도 관광객이 보이지 않았다.

 

 

3. 교촌 최부잣집

 

 

징검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돌아 골목길로 들어서서 조금 가니까 경주 최부잣집이 나왔다.

여기에는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왔는지 학생들이 있었다.

 

 

곳간 앞에 하나, 곳간 안에 하나, 쌀통이 있다.

앞에 붙어 있는 설명을 읽으니 재미있다.

 

 

곳간 안에는 독립운동 관련 안내판들도 있고 여기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런 현장학습 완전 좋다.

내가 학교 다닐 때에도 이런 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교촌에서 볼만한 곳은 최부잣집밖에 없었다.

그 외에는 카페나 음식점들이었는데 비도 많이 쏟아지고 11시도 안 된 시간이라 문 연 곳도 없고 지나다니는 손님도 없었다.

교촌에서 나와 황리단길로 향했다.

 

황리단길은...

뭐, 한 번 가본 걸로 됐다.

동생이 추천해준 맛있는 쌈밥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결국 못 찾았다. ㅠㅠ

쌈밥집을 찾아 헤매다보니 어느새 황리단길에 들어가 있었음.

교촌에서 황리단길까지 걸어서 10-15분쯤 걸렸으려나.

점심 먹기에 조금 이른 시간이기도 해서 황리단길을 구경하며 대릉원 후문 쪽으로 내려갔다.

비가 쏟아지는 데도 황리단길에는 사람이 많더라.

이날 경주에 여행온 사람들은 전부 황리단길에 모여 있는 듯. ㅋ

 

 

4. 대릉원

 

전날 시티투어를 하면서 서둘러서 대충 보고 나온 게 아쉬워서 다시 가서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다.

 

대릉원 입장료는 성인 3,000원.

만 65세 이상은 무료.

 

대릉원에 들어서자마자 엄마가 포토존부터 가보자 하신다.

 

 

오호라~

아무도 없다.

경주 여행은 비 오는 날 해야 하나 보다. ㅋㅋ

나 혼자 찍고, 엄마 혼자 찍고, 둘이 같이 찍고~

맘껏 찍었음. ㅋ

 

남들 다 하는 거 똑같이 해보고 다시 천마총으로 고고~

 

 

이야~ 이렇게 한적할 수가.

아무도 없을 때 찍자~ 했는데 찍고 나서 보니 안쪽에 안내하는 분이 계셨음. ㅋ

 

 

전날에는 사람들 어깨너머로 기웃기웃 간신히 보던 곳에도 아무도 없어서 혼자 맘껏 사진을 찍었다.

 

 

제대로 못 봤던 머리맡 부장품이 놓인 모습도 보고.

솥단지 같이 생긴 것도 있네.

저승 살림살이? ㅋ

 

 

말 그대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황금으로 치장한 천마총의 주인.

시티투어 때 해설사님 얘기가, 금관은 머리에 쓰던 것이 아니라 장례 때 시신 얼굴을 가리는 거라 했다.

금관이 발굴됐을 때의 모양이나 위치를 보면 얼굴에 씌워진 형태로 금관 윗부분은 한데 모아 묶여있었다고.

그러니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금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오면 얼른 벗겨 주라고. ㅋ

조카 1호도 어린이집에서 종이 금관 만들어서 쓰고 온 적이 있었는데. ㅎ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0/09/04/FJNXRZSDX5FBFE7U3NTWQIO3IY/

 

금동관으로 얼굴 가린 그녀… 1500년전 저승길은 화려했다

금동관으로 얼굴 가린 그녀 1500년전 저승길은 화려했다 황남동 고분서 목걸이·반지 등 착장 모습 그대로 출토돼 화제

www.chosun.com

검색을 조금 해보니 관련 기사가 하나 나왔다.

흥미롭다.

전 세계에서 출토된 금관이 10여 개인데 그중 8개가 우리나라에서 나왔단다.

신라 금관에 관한 책도 좀 찾아봐야겠다.

 

 

역시나 전날 사람에 치여 대충 보고 지나갔던 유물 사진도 찍었다.

유명한 신라의 유리 공예품.

로마 지역과 교류가 있었으리라는 걸 알게 해주는 유물.

 

신라는 한 가지씩 알게 될수록 신기하고 궁금한 게 더 생기는 나라다.

공부 의욕 뿜뿜~

 

천마총을 실컷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나와서 정문 쪽으로 올라갔다.

 

 

정문에 거의 다다르면 미추왕릉이 나온다.

특이하게 미추왕릉은 담장에 둘러싸여 있다.

다른 고분과 다르게 석물도 몇 개 있다.

신라 최초의 김씨 왕으로 경주 김씨 문중에서 해마다 제사를 올린다고 하더니 그래서인가.

봉분은 다른 곳보다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황남대총을 먼저 본 후에 봐서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미추왕릉까지 보고 대릉원 정문으로 나오니 12시 40분쯤.

10시쯤 숙소에서 나와서 여유롭게 걸어다니며 구경했는데도 첨성대에서 월정교, 교촌, 황리단길, 대릉원까지 두 시간 반 만에 다 둘러본 셈.

대릉원 정문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황리단길 쪽으로 갔다.

구경하기로 계획했던 곳은 다 둘러봤고 비도 많이 와서 이번 경주 여행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신경주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황리단길을 지나가야 해서 오전에 갔던 곳을 다시 감.

 

 

골목을 걷다 발견한 석류나무.

석류 열매는 봤어도 나무는 처음 본다.

석류나무는 이렇게 생겼구나.

 

도중에 갑자기 비가 너무 쏟아지고 바람까지 불어대며 추워서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카페에 뛰어들었다. ㅋ

따뜻한 차 한 잔씩 주문하고 창가에 자리 잡았는데 우리처럼 비바람을 피해 카페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줄줄이~ ㅋㅋ

 

 

따뜻한 차를 마시며 바깥 거리를 구경하고 앉아 있으니 피로가 가시는 느낌.

비바람에 젖어 추웠던 몸도 따뜻해지고 오전 내내 걸어 다녀 피곤한 발도 쉬고.

집에 가야 하는데 의자에서 일어나기 싫었음. ㅋ

우리 집이 근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음.

 

비가 약간 잦아들었을 때 무거운 몸을 일으켜 카페를 나섰다.

 

 

http://kko.to/kxw-cillNO

 

카카오맵

당신을 좋은 곳으로 안내 할 지도

map.kakao.com

우리가 버스를 탄 곳은 서라벌 사거리.

60번, 61번, 70번 등등을 타면 신경주역으로 갈 수 있다.

마침 우리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바로 60번 버스가 와서 올라탔다.

신경주역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들어서 역까지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60번 버스를 타고 신경주역까지 15분 걸렸다.

아니, 뭐가 멀다는 거야?

우리집에서 수원역까지 가는 것보다 덜 걸리는데? 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신경주역에서 다시 KTX를 타고 컴백홈.

경주 여행 둘째 날은 하루 종일 걸릴 줄 알았던 일정이 반나절 만에 끝나버려서 생각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다.

혼자였으면 오후에 쪽샘 발굴관이나 경주 박물관에 가봤을 테지만 반나절 돌아다니는 걸로도 엄마가 피곤해해서 마음을 접었다.

비바람 부는 날씨가 좀 힘들기도 했고.

 

1박 2일 경주 여행이 무척 좋기도 했지만 아쉬운 마음도 커서 돌아와서도 틈날 때마다 경주에 관해, 신라에 관해 검색하고 알아보고 있다.

쪽샘유적발굴관, 경주 박물관, 경주 남산, 포석정, 문무왕릉, 보문단지...

가보고 싶은 곳이 무지 많다.

경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볼까 하는 마음도 들고.

경주에 빠져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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