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단순하게 살자

정동길 나들이

꿀짱이 2021. 5. 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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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토요일에 콧바람을 쐬고 왔다.

출판된 지 좀 된 책인데, ≪행복한 걷기여행: 서울 수도권≫이라는 책에서 보고 진작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 중 가기 편하고 쉬워 보이는 코스를 고른 것이 바로 정동길 코스.

 

시청역 10번 출구로 나와서 배재학당 동관 → 서울시립미술관 → 정동제일교회 → 중명전 → 구러시아공관터 → 경교장 →경희궁지를 둘러봤다.

오후 1시쯤 출발해서 천천히 올라가며 둘러보고, 점심 먹고, 정동길을 되돌아 나와 카페에 앉아 쉬기도 하며 오후 한 나절을 느긋하게, 알차게 보냈다.

 

정동길 돌아다닌 곳들

'걷기여행'에 촛점을 맞추고 책으로만 볼 때는 몰랐는데, 직접 가서 돌아다녀 보니 동네 자체가 근현대사 유적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넓지 않은 골목길에 궁궐 돌담, 100여년 쯤 되었을 근대 건물, 현대 건물들이 뒤섞여 있는 것이 묘한 느낌이었다. 색다른 서울을 본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관광객이 된 기분으로 돌아다녔다.

 

지금 지도를 들여다보니 놓친 곳도 있네. 유관순 기념관도 근처에 있고 '고종의 길'이라는 곳도 있구나.

꼭 다시 가서 놓친 곳도 둘러보고 못 들어가본 곳도 들어가서 실컷 구경하고 싶다. 덕수궁도 들여다보고~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이름만 들어보던 곳을 실제로 가서 보니 신기했다. 중고딩때 수학여행을 설악산 같은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이런 곳을 와서 봤더라면 진짜 '수학'여행다운 여행이 됐을텐데. 그랬다면 수업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와 박혔을 것 같다.

흠......

유적지 답사여행 같은 것을 다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교과서에 나왔던 유적지를 실제로 돌아보며 관련된 역사를 공부하면 훨씬 생생히 와닿고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선녀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부럽다~ 생각했었지. 여행 다니며 역사도 배우고 돈도 벌고.

 

얘기가 샜다.

어쨌든, 그래서, 시청역을 나와 골목으로 들어서서 첫 번째 본 것이 배재학당 동관 건물.

 

 

번쩍번쩍한 전면 유리를 자랑하는 배재고교/대학교 건물 바로 옆에 조그맣게 웅크린듯 앉아있는 붉은 벽돌 건물.

지금은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이란다.

내부가 보고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개방이 안 돼 있었다.

사실 이날 둘러본 곳 모두(시립미술관 빼고) 문이 꼭꼭 닫혀 있어서 너무 아쉬웠다.

 

우리 나라 최초의 근대식 중등 교육기관 배재학당. 1885년 8월에 미국 북감리교회 선교사 H. G.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가 처음에는 영어교육을 위해 설립했고, 다음해인 1886년 6월에 고종이 '배재학당'이라는 이름을 지어 간판을 써주었다고. 1890년 경에는 영어 외에 한문, 천문, 역사, 지리, 생리, 수학 등 여러 교과목을 가르쳤다고 한다.

 

사진 속 건물은 배재학당 본관이 아니라 1916년에 준공된 동관.

본관, 서관, 대강당 등 여러 건물이 있었다는데 지금 남아있는 건 위의 동관과 고덕동으로 이전 복원했다는 서관 뿐인듯.

아쉽다. 근대사 기념물이 더 풍부해질 수 있었는데.

배재고등학교와 함께 이전해서 복원됐다는 서관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몇 페이지 훑어봤지만 나오질 않는다. 동관과 쌍둥이라는 글만 봤다. 똑같이 생겼나보다.

 

안에 못 들어가보고 건물 외관만 훑어보고 나오는데 맞은편에 서울시립미술관이 있다.

여기는 문을 열었다.

관람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난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동행이 미술에 관심이 많고 이 시국에 문 연 곳이 있다는 게 반갑기도 해서 들어가봤다.

2층에선 천경자 화백 작품도 전시하고 있었다.

2층의 전시관 두 곳 작품들만 감상하고 나왔다.

서울시립미술관 관람 시간은 화-금 10:00-20:00시, 토, 일, 공휴일은 10:00-19:00시.

 

미술관에서 나오니 슬슬 출출해져서 점심 먹을 곳을 찾아 걸었다.

조금 걸어내려가니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교 교회라는 정동제일교회가 나온다.

여기도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다.

 

배재학당과 마찬가지로 아펜젤러가 1885년에 설립했다.

현판을 읽어보니 역사책에서 본 유명 인물이 이름이 여럿 나온다. 우리나라 최초의 파이프오르간도 있고, 유관순 열사의 장례식도 여기서 거행됐단다.

그렇구나.

그러고보니 바로 옆에 이화학당이 있었지.

 

길 건너 정동극장 쪽에서 교회 모습 한 번 찍어보고 다시 점심 먹을만한 곳을 찾아 골목길을 따라 올라갔다.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는 데 생각보다 그런 분위기 있는 식당은 눈에 띄지 않는다.

데이트하러 나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추어탕집이나 한정식집 같은 데는 부담스럽다고...

 

정동극장 바로 옆 골목으로 중명전이라고 써있는 표지판이 보인다.

 

오호라~ 여기 궁금했었다.

황실 도서관이었다지.

책에서 보고 꼭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뭐, 역시나 여기도 문이 닫혔다.

저 철문 앞에 가서 기웃기웃 하기만 하고 돌아나와야 했다.

이놈의 코로나.

뭐 하나 제대로 볼 수 있는 게 없다. ㅠㅠ

 

돌아나와서 계속 정동길을 따라 올라갔다.

 

이화박물관이랑 이화 사주문(이화학당? 이화여고? 옛날 교문이란다)을 지나쳐서(어차피 박물관 못 들어감 ㅠㅠ) 올라갈 때까지 마땅한 식당이 안 보인다. 배고파~ ㅠㅠ

정동길을 따라 쭉 올라가야 식당이 나올 것 같은데 오른쪽으로 구 러시아 공사관터 가는 길이 보인다.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

멀지 않아보이니 한 번 올라가본다.

에구... 여기는 보수공사중인지 그나마 남아있는 탑 주위에 가림막을 쳐놨다.

그래도 공원 한 바퀴 돌고 입구 쪽에 있는 대한제국의 길 사진전 전시패널을 찬찬히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벌써 오후 2시를 넘어서 배가 너무 고팠다 ^^;

사진 찍고 싶은 맘도 안 생겨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그냥 돌아나와 다시 정동길 따라 올라감.

 

길이 다 끝나고 큰 도로가로 나왔는데도 눈에 들어오는 식당은 없었다.

그냥 김밥집 가려다 신○소가 보이길래 들어가서 늦은 점심을 챙겼다.

아무래도 정동길 근처에서 식사하려면 맛집은 사전에 검색해서 찾아놓고 가야할 듯.

집에 와서 지도를 찾아보니 우리가 봤던 큰 건물들 안쪽으로 식당이 좀 있는 것 같다.

건물 안으로는 들어가 볼 생각을 안 했지.

뭐 볼 게 있겠어, 하고.

 

배를 채우고, 다음으로 찾아볼 코스는 경교장.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던 백범 김구 선생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집무실 겸 개인 숙소로 사용하던 곳이라고.

1967년부터 강북삼성병원 본관으로 사용되다가 서울시와 복원하기로 합의하고 임시정부로 사용되던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라고 문을 열었을까.

게다가 한창 공사중이라(경교장 지붕 보수 공사라던데) 먼지는 풀풀 날리고 공사 소음에 공사 차량들까지 왔다갔다...

혹시나 제지당하지 않을까 눈치를 보며 그 난리통을 뚫고 현관까지 꾸역꾸역 가봤다.

 

그리고 입구 사진만 찍고 바로 나옴 ㅠㅠ

내부가 궁금하다고... ㅠㅠ

 

돌아나와서 왼쪽으로 조금 가니 경희궁이다.

 

남아있는 건물이 거의 없어 그런가 '경희궁지'란다.

그래서인지 입장료도 없다.

홍화문에서 숭정전 가는 길까지 그늘도 없다.

구경하는 사람도 얼마 없다.

없는 것 투성이.

안습 ㅠㅠ

한적한 분위기가 좋긴 했다.

 

홍화문으로 들어가 숭정전, 자정전만 보고 옆문으로 나왔다.

지도를 보니 우리가 나온 문 쪽에 '방공호'라고 적힌 곳이 있네.

못 봤는데.

어떻게 생긴 곳인지 궁금.

다음에 가게 되면 들러봐야 할 곳 한 군데 더 추가~

 

경희궁을 나와서 다시 정동길 쪽으로 와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따라 내려갔다.

정동극장까지 내려와서 마당이 있는 카페에 자리잡고 커피와 허니브레드로 당 충전~

 

시국이 시국인지라 마당에 있는 동상도 마스크를~

 

정동길은 그리 길지 않은 코스에 소소하게 볼거리도 제법 있고, 오후 한나절 부담스럽지 않게 둘러보기 좋은 코스 같다.

지금은 개방한 곳이 거의 없어서 겉모습만 구경하고 온 게 너무 아쉽긴 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가서 더 자세히 둘러보고 싶다.

구러시아공사관터도 다시 가보고, 고종의 길, 성공회 성당, 경운궁 양이재도 들러봐야지.

 

언제쯤이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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