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여행을 다녀온 다음날.
평소대로라면 9시 반 정도까지 거실이랑 베란다 맘껏 돌아다니다 슬슬 자러 들어오는 녀석들.
베란다에서 한창 노느라 안 들어올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양몰이하듯 몰고 방으로 들어온다.
어쨌든 밤 9시 반쯤 되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데 그날은 내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느라 정신 팔려 있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됐다.
늦게까지 신나게 노는구나 싶어서 데리러 나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조용한 녀석들.
베란다에도 없고 거실에도 없다.
놀이방을 슬쩍 들여다보니...
엥?
둘이서 자려고 자리를 잡았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거실 놀이방을 이 방으로 옮겨온 후에도 잠은 항상 내 방으로 와서 잤는데.
놀이방은 불을 안 켜놓는데 방문을 항상 열어두기 때문에 거실 불빛이 들어와서 밥 쟁반 쪽은 환하다.
둥지 앞쪽에는 스텝퍼를 울타리처럼 놓아 입구를 가려줘서 둥지쪽만 그늘이 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두운 둥지 쪽에 자리 잡고 앉은 모양.
이왕 자려고 자리를 잡았으니, 잘 자라고 인사하고 그대로 방문을 닫고 나왔다. ㅋ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방문을 열어보니 이미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녀석들.
방문이 열리니 신나서 달려나온다.
부지런한 녀석들. ㅋㅋ
하루만 그러고 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날부터 쭉~ 녀석들은 밤에 잘 시간이 되면 알아서 놀이방으로 간다.
허허~
완전 신기.
우리가 경주 간 사이 하룻밤 둘이서만 자보니 편했던가.
아무래도 콩이가 사람을 많이 경계하다 보니 나랑 한 방에서 자는 것보다 알콩이랑 둘이서만 자는 게 편한 건지도 모르겠다.
며칠 지켜보다가 녀석들이 계속 놀이방에서 자길래 녀석들 침실을 제대로 꾸며주기로 했다.
따란~
둥지 뒤쪽, 선반 제일 아래칸에 있던 큰 책들과 앨범을 모두 빼서 다른 데로 옮겨 알콩이와 콩이 공간을 만들어줬다.
벽이 다용도실 쪽이라 추울까 봐 안 쓰는 원목 선반을 벽에 둘러줬다.
둥지 앞에 있던 문갑도 다른 데로 옮기고 책꽂이를 들여와서 울타리 역할을 하게 했다.
선반 다리가 자연스럽게 밥 먹는 곳과 둥지 공간을 나눠준다.
모래 목욕통도 하나 가져다 넣어줬다.
굳이 무거운 책꽂이를 이 방으로 들여온 또 다른 이유.
보온 등을 달기 위해서.
저 책꽂이 옆부분이 보온 등 집게를 물려두기에 딱 좋다.
날이 슬슬 쌀쌀해져 가니 내 방 책상 아래쪽에 달아두었던 보온 등을 가져다 둥지 쪽에 달아줬다.
어차피 콩이가 온 뒤로 녀석들이 책상 아래에서 쉬는 때가 별로 없으니.
뭐,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 놀이방에서 침실로 변경 완료~
아니지, 놀이방 겸 침실.
아니 아니, 이제는 그냥 완전 미메 방.
이렇게 꾸며준 후로 콩이와 알콩이는 이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
자기들 방에서 지내다가 한 번씩 내 방에 놀러 옴. ㅎ
경주 여행을 다녀온 것이 10월초니까 미니 메추리들이 잠자리 독립을 한 지도 거의 두 달이 다 돼간다.
녀석들이 방을 옮긴 후 나도 저녁 시간이 좀 편해졌다.
한 방에서 잘 때는 미메들 자는 시간에 맞춰 불도 꺼야 하고, 큰 소리 안 나게 조심하느라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도 신경쓰였더랬다.
방의 불을 꺼도 한참 영화를 보고 있으면 녀석들이 안 자고 다시 나와서 짹짹거리며 돌아다녀서... ㅠㅠ
천장 등을 끄고 침침한 스탠드 하나 켜놓으면 할 수 있는 일도 많이 없어서 책이나 좀 읽다 자곤 했다.
요즘엔 밤늦게 유튭 영상이나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늦게까지 환하게 불 켜놓고 뜨개질도 하고.
육퇴한 기분~ ㅋㅋㅋ
덕분에 강제적 아침형 인간에서 다시 저녁형 인간, 올빼미로 돌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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