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가 우리 집에 온 것이 9월 7일.
오늘로 20일 째다.
처음 왔을 때는 아주 작아서 알콩이와 비교하면 아기 같았는데 지금은 몸집이 거의 비슷해진 것 같다.
두 달 정도면 성조가 돼서 알도 낳지만 어른이 된 후에도 더 자라나 보다.
콩이는 지금껏 키웠던 미니 메추리 중 먹성이 제일 좋다.
사료도 엄청 잘 먹고 틈만 나면 목욕통에 들어가서 칼슘을 골라 먹는다.
그래서인지 알도 튼튼하게 잘 낳는다.
달콩이와 별콩이가 약한 알을 낳았던 건 체질 문제였나 보다.
별콩이는 콩이만큼이나 먹성 좋고 간식 앞에서 전투적이었는데도 거의 매번 고무알을 낳았고, 달콩이는 별콩이보다는 튼튼한 알을 낳았지만 일주일 이상 알을 안 낳을 때도 많았고 먹는 양 자체가 아주 적었다.
소식좌 달콩.
전에는 사료를 일주일에 한 번 새 걸로 바꿔줬는데 요즘은 사흘에 한 번씩 새로 주고 있다.
사흘이면 사료가 반 이상 없어져 버려서.
콩이가 먹기도 잘 먹지만 사료 파헤치는 것도 역대급이다.
유난히 어지르는 미메가 있다더니 콩이가 그런 녀석이다.
우리 집에 온 지 사흘째 되던 날 밀렛을 줬다.
알콩이는 신나게 달려와서 받아먹음.
콩이는 알콩이가 쪼쪼를 하니까 마지못해 따라오기는 했는데 알콩이한테 딱 붙어서 움찔거리며 경계하기만 했다.
먹고 싶은 것 같기는 한데 이때는 식욕보다 두려움이 더 컸던 듯.
결국 콩이는 하나도 안 먹었다.
아빠와 아기 같아... ㅋ
그래서 한동안은 간식을 바닥에 뿌려줬다.
청경채를 잘게 잘라 바닥에 뿌려주고 뒤로 물러나 앉으니 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다가와 먹었다.
다 먹고 잽싸게 도망감. ㅎ
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에서 간식을 받아먹게 됐다.
아무래도 알콩이가 전혀 겁내지 않고 달려와서 내 손에서 간식을 받아먹으며 쪼쪼를 하니 콩이도 빨리 적응한 듯.
청경채 먹는 콩이.
뜯어먹는 부리 힘이 아주 세다.
늘 그랬듯 산란 사료와 알곡을 주식으로, 햄프씨드, 채소, 밀렛, 밀웜 등을 간식으로 챙겨주는데 콩이가 주는 대로 다 잘 먹어서 아주 이쁘다.
물에 적셔주는 밥도 아주 잘 먹는다.
하지만 두부는 안 먹음.
두 번 줬는데 두 번 다 몇 입 맛만 보고 먹지 않았다.
두부는 콩이 취향이 아닌 걸로.
우리집에 온 후로 거의 매일 알을 낳았는데, 둥지가 낯설어서 그런지 방 여기저기 구석진 곳에 알을 낳아 놨다.
방바닥에 알을 낳아 놓으니 안 치우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어서 매번 알을 치우니까 매번 다른 위치에 알을 낳아 놓는다.
마음 놓고 알 낳을만한 자리를 못 찾는 것 같아서 콩이를 데려올 때 썼던 이동장에 바닥재를 깔고 콩이가 낳은 알 하나를 넣어 두었다.
구경하는 알콩이와 콩이.
네가 낳은 알이야.
어때, 여기라면 편하게 알을 낳을 수 있겠니?
갑자기 등장한 낯선 물건을 탐색하느라 바쁘다.
자기가 낳은 알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래도 모르는 듯.
아니면 책상 밑이라 집사랑 너무 가까워서 편하지 않은 듯.
여기서 한 번도 알을 안 낳았다.
그러다 하루는 거실까지 나가서 책장 옆에 알을 낳아놨다.
흠...
어떻게 해야 콩이가 맘 편하게 알을 낳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옷방 겸 창고방에 쉼터를 꾸며줬다.
녀석들이 종종 이 방을 들락거리며 노는 걸 봤던 터다.
거실에 있던 둥지를 옮겨오고, 치웠던 판석 하나를 꺼내 사료와 물, 칼슘 그릇까지 완비.
거의 창고로 쓰는 방이라 사람이 별로 드나들지 않으니 이 방에서라면 맘 편히 알을 낳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마음에 드나 보다.
밥그릇 주변은 어느새 엉망이 됐다.
어지간히 좀 파헤치지...
일을 하다 조용하길래 찾아봤더니 역시 이 방에 와 있다.
아직 사람에게 낯을 가리는 콩이.
콩이가 둥지에도 들어갔네~
알콩이는 또 보초 서는구나.
쉼터를 꾸며준 보람이 있다. ^^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었더니 셔터 누르는 소리에 빼꼼— 고개 내미는 콩이.
오~ 드디어 둥지 안에서 알을 낳았구나.
역시 사람 근처에서 알을 낳는 게 편치 않았던 거다.
그 후로 쭉 이 둥지에서 알을 낳는 콩이.
맘 편히 알 낳을 자리를 찾아서 다행이다.
그런데 집사하고는 언제쯤에나 낯을 안 가리게 될까, 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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