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메추리

콩이가 왔다 - 미니 메추리 합사 1일 차

꿀짱이 2022. 9.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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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메추리 새 아기를 데려오기로 결정했던 것이 지난 월요일.

운전해 줄 동생이 수요일부터 시간이 난다고 해서 수요일에 아이를 데려오기로 약속을 잡았다.

알콩이에게 이틀만 참자, 했지만 녀석이 말귀를 알아들을 리는 없고.

그래도 새 식구를 들이기로 결정을 하고 나니 내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알콩이 녀석이 옆에서 울어대도 견딜만하고.

 

밤 9시 반쯤.

종일 줄기차게 울어대던 녀석이 조용하길래 뭐 하고 있나 찾아봤다.

 

 

에고...

내 발 옆에 와서 쪼그리고 앉아 졸고 있다. ㅠㅠ

알콩이는 원래 간식 줄 때만 쪼르르 달려오고 내가 가까이 가면 몇 발짝 뒤로 물러나는 녀석인데...

스스로 이만큼 내게 가까이 다가와 앉아 있는 게 처음이다. ㅠㅠ

외롭기도 하고 종일 울며 달콩이 찾아다니느라 힘들었나 보다.

어찌나 안쓰럽던지...

 

이러고 잠시 졸다가 일어나서 또 울어댐. ㅜㅜ

새로 데려올 아이의 사진을 내려받아 녀석이 울 때마다 사진을 보여줬다.

얼굴 익히라고.

그런데 휴대폰으로 사진을 들이댈 때마다 녀석이 슬금슬금 도망간다.

흠...

이러면 안 되는데.

새 아이가 왔을 때 낯가리고 공격하거나 그러면 낭패인데.

 

그래서 달콩이를 찍어둔 영상을 재생해서 달콩이 소리를 들려주면서 데려올 아이의 사진을 보여줘 봤다.

그러면 낯을 덜 가리고 새 아이를 좀 더 수월하게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해서.

 

 

아....

달콩이 소리를 듣더니 흥분해서 날개를 펼치고 우다다다~ 난리가 났다.

새로 데려올 아이의 사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온 방 안을 뛰어다니며 달콩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찾느라 정신이 없다. ㅠㅠ

안 되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영상을 껐는데도 한참을 찾아다닌다.

달콩이 소리를 들려주는 게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미안, 알콩... ㅠㅠ

 

 

9월 7일 수요일.

아침 일찍 나서서 아이를 데려왔다.

 

 

이동장을 바닥에 내려놓자 책상 밑에서 울고 있던 알콩이가 울음을 뚝 그치고 관심을 보인다.

뭐지? 하는 모습으로 목을 쭉 빼고 살피더니 이내 쪼르르 달려와서 궁뎅이 깃을 한껏 부풀리고 매력 어필을 한다. ㅎ

미메들끼리는 암컷, 수컷을 한눈에 알아보나 보다.

 

어쨌든 보자마자 공격하려들지 않고 매력 어필을 하는 걸 보니 알콩이는 새 아이를 잘 받아들이겠다.

문제는 암컷이 알콩이를 짝으로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

일단 새 아이는 낯선 곳에 와서 적응부터 해야 하니 당분간 따로 지내야 한다.

 

혼자 쉴 수 있도록 마련해둔 공간에 이동장을 넣고 뚜껑을 열었다.

웅크린 자세로 열린 뚜껑 사이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녀석.

자세가 어째... 좀...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니나 다를까.

고공 점프~

날아올랐다.

 

 

창문 아래로 옮겨둔 선반 위에 착지한 녀석.

아니, 처음에는 동그랗게 말린 선 위에 착지했는데 이끼 위로 올라가 앉았다.

뭐, 이럴 거라 예상하고 방문도 꼭꼭 닫아두긴 했다만.

 

이럴 때 집사의 바람직한 대처법은?

첫째, 당황하지 않기. ^^;

둘째, 붙잡으려고 하지 말기.

 

그동안 지내던 곳에서 갑자기 끌려 나온 것도 스트레스였을 테고, 차를 타고 이동한 것도 난생처음이었을 테고, 낯선 장소에 낯선 수컷, 낯선 집사....

무서워서 도망가 있는 녀석을 잡겠다고 쫓아가면 더 겁을 먹고 도망치려 할 게 뻔하다.

닫힌 방 안.

어차피 독 안에 든 쥐... 아니 새다.

 

얼어붙어 있는 녀석을 그대로 두고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집사 할 일을 했다.

오는 동안 녀석이 응가를 해놓은 이동장을 갖고 나가 씻고, 새 사료와 물을 준비해서 넣어주고, 녀석이 지낼 공간에 네트를 덮어 집게로 고정해뒀다.

 

내가 왔다갔다 하며 일을 하는 동안 새로 온 아이는 꼼짝 않고 앉아있다.

 

 

알콩이는 새 친구가 궁금해서 주위를 맴돈다. ^^

그래, 둘이서 그렇게 낯 좀 익히고 있어.

 

방 안을 다 정리한 다음 맛있는 밀렛 간식을 알콩이에게 줬다.

일부러 새로 온 아이가 보는 앞에서 손에 담아 알콩이에게 먹였다.

 

그렇게 30분 가까이 아이를 내버려 뒀더니 긴장이 좀 풀린 것 같아 보인다.

아이가 선반 위에 앉아 있어서 내가 바닥에 앉으니 눈높이가 얼추 맞았다.

미니 메추리들은 위에서 뭔가 다가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었지.

 

앉은 상태로 슬금슬금 가까이 다가가 봤는데 아이가 겁먹는 기색 없이 쳐다만 본다.

혹시나 해서 손을 펼쳐서 천천히 가까이 다가가는데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됐다 싶어서 잽싸게 녀석을 잡아 울타리 안에 넣어줬다.

 

 

잠시 방심했다가 손에 잡혀서 다시 긴장한 녀석. ^^;

그래도 날아오르지는 않고 앉아서 쉰다.

 

 

알콩이는 울타리 너머에 있는 아이에게 매력 어필하느라 궁뎅이 한껏 치켜들고 왔다갔다 정신이 없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난리.

인내심을 좀 갖고 기다려라, 녀석아.

만나자마자 막 들이대고 그러면 안돼~

 

 

아이는 앉아서 잠깐 쉬더니 5분도 안 돼서 일어나 밥도 먹고 잘 돌아다닌다.

적응력이 아주 좋은 아이 같다.

 

밥 먹고 앉아 쉬던 아이가 '삐삐~' 하고 조그맣게 소리를 냈다.

그러자 알콩이가 날개를 한껏 펼치고 우다다다—  아주 난리법석이다.

아이가 친구를 찾는 것 같아 혹시나 해서 울타리 틈을 살짝 열어줘 봤다.

그러자 우다다— 난리를 치던 알콩이가 틈 사이로 쏙 들어간다.

 

 

자기가 뛰어들어가 놓고 갑자기 얼음이 돼버린 알콩. ^^;;

벽에 바짝 붙어 서서 얼어있는 게 너무 웃기다. ㅋㅋㅋㅋㅋㅋ

 

 

걱정한 게 무색하게 새로 온 아이는 오히려 태연하게 앉아있고.

살짝 경계하는 것 같긴 하지만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반나절만에 안방마님 다됐다.

아니, 알콩, 도대체 왜 얼어붙은 거야? ㅋㅋㅋㅋㅋ

 

 

새 아기의 포스가– ㅎ

처음에만 낯설어서 그랬지 겁이 없는 아이 같다.

 

적응 잘할 것 같아서 오후에는 울타리를 살짝 열어둔 상태로 놔뒀다.

알콩이가 뛰어들어가 들이댈까 봐 걱정했는데 그럴 염려도 없어 보이고.

 

 

오히려 새 아이가 울타리 밖으로 나와 탐색하고 다니는데 알콩이가 경계하기 시작했다.

사실 알콩이가 아이 뒤를 바짝 따라다니다가 한 번 쪼여서 기가 살짝 꺾였다. ^^;

 

새 아기가 덩치가 조그마해서 걱정했는데 성격이 대차다.

알콩이를 별로 겁내지 않고 싫으면 먼저 쪼아 버린다.

달콩이는 알콩이가 한 번 쪼면 빽빽빽~ 소리 지르며 도망가고 난리였는데 이 꼬맹이는 안 그런다.

폴짝 뛰어 살짝 피하기만 하고 저 하고 싶은 거 그냥 한다.

 

알콩이는 새 아기가 궁금해서 자꾸 쫓아다니는데, 꼬맹이는 탐색하고 다니다 귀찮으면 경계하는 소리를 지르고 먼저 공격 자세를 보이며 위협한다. ^^;

그럼 알콩이도 맞서서 공격 자세.

둘이 쪼아댈 것 같아서 내가 움직이면 꼬맹이가 후다닥 도망가버린다.

집사에게는 아직 심하게 낯을 가림. ㅠㅠ

 

그렇게 오후 시간을 보내다 어느 순간 꼬맹이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알콩이가 푸닥거리는 것이 심해지길래 꼬맹이 혼자 편히 쉬라고 울타리를 막아버렸다.

알콩이는 밖에서 꼬맹이를 보며 날개 펼치고 우다다— 미친 듯이 뛰지 않나, 울타리를 쪼아대질 않나, 유난히 야단법석이다.

녀석이 왜 저러나 싶어 쳐다보는데,

하......

 

 

꼬맹이가 알을 낳았다.

아니, 낯선 곳으로 이사하면 스트레스받아서 알 안 낳는다더니.

한동안 알 구경하기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알을 낳는지도 모를 정도로 힘들이지 않고 튼튼한 알을 낳았다.

 

알을 낳은 후에는 한동안 울타리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안에서 쉬었다.

한 시간쯤 쉬다 다시 나와 돌아다님.

그러다 알콩이 방으로 슬쩍 들어가는 꼬맹이.

그러자 알콩이는 꼬맹이 방으로 은근슬쩍 들어간다.

흠...

뭐 하니, 너희.

 

 

그대로 울타리를 다 닫아버렸다.

방 바꾸기~

왼쪽이 알콩이의 메인 영역이라고 해야 되나...

늘 사용하는 밥그릇과 물그릇이 있고, 잠도 이쪽에서 잔다.

꼬맹이를 안방마님으로 만들기 위해 메인 영역을 꼬맹이에게 주고 알콩이를 새로 꾸민 방에서 지내게 하기로 결정.

 

 

방을 바꿨어도 불만 없는 알콩.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여전히 꼬맹이에게 매력 어필 중.

 

 

꼬맹이가 별 관심을 안 보이니까 저도 관심 없는 척~ ㅋ

 

 

꼬맹이가 온 첫날에는 이렇게 각자의 방에서 밤을 보냈다.

 

알콩이는 지난 며칠 동안 그랬던 것처럼 자다가 중간중간 한 번씩 울어주고 – –*

꼬맹이도 친구 찾는 소리를 삐삐삐~ 낸다.

모두가 잠을 설친 밤.

 

새 아이가 오면 알콩이가 울지는 않겠지 했는데 잘 때 서로 떨어져 있으니 밤에 우는 건 매한가지다.

거기에 새로 온 녀석까지 보태니...

집사는 며칠을 더 밤잠을 설쳐야 할지 모르겠어서 눈물이 난다. ㅠㅠ

 

 

새로 온 아이는 콩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콩자 돌림 이름은 더 생각나는 게 없다.

그리고 미니 메추리 새 식구를 들이는 건 콩이가 마지막이 되길 바라고 있다.

녀석들이 제 수명 다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살아주기만 하면 좋겠다.

집사의 노력과 주의가 필요한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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