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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산 7

산책 일기 - 2021. 06. 04

6월 3일에는 비가 왔다. 비 온뒤 하루만에 산에 가면서 길이 진창일까봐 조금 걱정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물이 엄청 잘 빠지나보다. 그늘진 곳은 촉촉하지만 질척거리지 않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은 전날 비가 왔다는 것도 모를 정도다. 다닐수록 끌리는 산이다. 야트막한 동네 뒷산인데 뻐꾸기 소리도 들린다. 뻐꾸기 소리 녹음하려고 동영상을 찍었다. 소리를 듣다보니 궁금해져서 뻐꾸기를 검색해봤다. 뻐꾸기가 이렇게 생겼구나. 낮은 지대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름새란다. 깊은 산속에나 가야 있는 새인줄 알았더니 아니구나 ㅎ 뻐꾹뻐꾹 우는 건 수컷이고 암컷은 삐삐삐~ 소리를 낸단다. 오호~ 처음 알았다. 그럼 뻐꾹~ 소리 말고 다른 새 소리인줄 알았던 울음소리도 뻐꾸기 소리였던건가? 흠... 새를 볼 수 ..

산책 일기 - 2021. 06. 02

햇볕도 제법 따갑고 무척 더운 날이었다. 보통 소화도 시킬켬 점심을 먹고 나서 산에 가는데 그 시간에 가면 좋은 점 또 하나는 오전 시간보다 사람이 적다는 거다. 이 날은 더워서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이 더 적다는 느낌. 한적한 산길에 나무 그늘 사이로 밝은 햇볕이 비쳐드는 데 괜시리 마음이 좋아져서 카메라를 켰다.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까치 한 마리가 깡총거리며 뛰어간다. 숨은 그림 찾기~ 까치가 어디 있을까요? ^^ 십 분 넘게 걷는 동안 정말 아무하고도 안 마주쳤다. 와~ 산을 독차지한 기분. 사람은 안 보이고 열심히 꼬물거리며 길을 가로지르는 벌레 한 마리랑 마주쳤다.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시는지 ㅎ 벌레를 지나치고도 얼마 동안은 마주 오는 사람도 없었으니 녀석도 밟히거나 하..

산책 일기 - 광교저수지수변길 2021. 05. 30-06. 01

5월 30일 수변길을 걷고 있는데 푸드덕~ 첨벙 물소리가 난다. 물고기가 뛰는 소리라고 하기에는 좀 크다. 멀리 혼자서 타이타닉을 찍고 있는 새가 보인다. 녀석이 물소리를 내는 것 같지는 않다. 카메라 줌을 당겨 보니 타이타닉 찍고 있는 녀석 말고 물 속에 새가 한 마리 더 있다. 목욕이라도 하는지 엄청 첨벙거린다. 계속 걸어 가까이 다가가보니 첨벙거리던 녀석도 물에서 나와 깃털을 고르고 있다. 타이타닉 찍는 녀석은 내내 꼼짝도 않고 저러고 있다. 깃털 말리는 중? 조금 지켜보다 계속 걸었다. 여전히 벌레들이 많다. 한 주 정도 전에는 2-3cm 정도 되어 보였던 녀석들이 이제는 5-6cm 정도 되어 보인다. 난간에 붙어 꼬물거리고 다니는 녀석들이 워낙 많아 걷다가 혹시라도 난간에 스칠까봐 몸을 사리게 ..

산책 일기 - 2021. 05. 14~2021. 05. 26

5월 14일 4월 한 달만 땅콩이에게 가고 그 다음부턴 안 가야지 했는데 산에 가게 되면 자꾸 발길이 땅콩이쪽으로 간다. 가봐야 바로 돌아나오는데 눈에 한 번 담지 않으면 궁금하다. 심어준 들꽃은 다 지고 이파리 몇 개만 남아 있는데, 한쪽 옆으로 뭔지 모를 새싹이 돋아나왔다. 자리를 옮겨 심은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나오는 녀석이니 튼튼하게 자라겠지? 뭘까 궁금하다. 5월 18일에 찍은 새싹. 14일에 찍은 것보다 좀 멀리서 찍어서 작아 보이는데, 처음 나왔던 잎은 더 자랐고 그 가운데로 아주 작은 잎 한 쌍이 또 나왔다. 자라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은 것이 들꽃은 아닌 것도 같고. 설마 나무는 아니겠지 ^^; 사실, 요 작은 새싹 녀석 때문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생겨 산에 다니면서 맘 먹고 사..

산책 일기 - 2021. 05. 09 그리고 05. 12, 광교저수지 수변 산책로

5월 9일 수변길을 걷다 물가에 조용히 서 있는 새를 봤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야트막한 동네 뒷산에 시골에나 가야 볼 수 있을 법한 새가 있는 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나만 신기한가... 다른 사람들은 무심히들 제 갈길을 간다. 많이 먹고, 다치지 말고, 잘 살아라~ 5월 12일 처음 산에 갔을 때는 걷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기도 했고 마음도 우울해서 발밑의 땅만 보며 걸었더랬다. 조금씩 산길 걷는 게 익숙해지고 체력이 붙으니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기 시작함. 눈 아래 땅만 보며 걷던 길. 문들 눈을 들어 보니 머리 위에 꽃이 둥실 떠있다. 몇 번 지나다닌 길인데 이날 꽃을 처음 봤다. 잎사귀만큼이나 꽃도 제법 크다. 이 나무도 전에 봤던 분홍꽃처럼 꽃잎과 잎사귀 붙은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다. 너는 ..

산책 일기 - 2021. 04. 23

올해 4월은 날이 계속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햇빛이 참 밝기도 했다. 날이 좋아서 땅콩이에게 햇볕이 잘 드는 것은 좋은데 꽃을 심어준 땅이 자꾸 마른다. 매일 물병을 들고 가서 꽃에 물을 주고 왔다. 들꽃을 옮겨 심어준 다음날에는 잎이 축 처지고 시들시들해지는 것 같더니 계속 물을 주니 제법 살아났다. 산에 가면 땅콩이에게 먼저 들러 꽃에 물을 주고 산을 한 바퀴 돌고 나왔다. 이 날은 바람이 많이도 불었다. 산에는 작은 들꽃 말고는 꽃이 별로 없는데 분홍꽃이 핀 작은 나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딱 한 그루가 꽃을 잔뜩 피우고 서있다. 갈색 흙바닥과 나무 줄기, 녹색 이파리 틈에서 분홍색이 눈에 확 띈다. 바람에 하도 날려 꽃을 자세히 찍을 수가 없었다. 꽃모양은 산철쭉이랑 비슷한데 이파리가 영 다르..

산책 일기 - 2021. 04. 17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이 있지. 지난 몇 년, 4월만 되면 이 말을 떠올리게 됐다. 재작년에는 아빠가 돌아가셨다. 너무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2019년 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 작년 4월에는 엄마가 맹장 수술을 받으셨다. 코로나 때문에 난리가 났던 때라 처음 간 병원에서는 의사를 보기는 커녕 응급실 문턱도 못 넘어보고 돌아서야했다. 두 번째로 간 병원에서는 건물 밖 임시 진료소에서 흉부 엑스레이 찍고 열 있는지 확인하고서도 한 시간 넘게 대기하다가 겨우 응급실로 들어갔다. 응급실에서도 복부 엑스레이 찍고는 무한정 대기. 결국 8시간 넘게 기다리기만 하다, 응급이 아니라 자기네 병원서 당장 수술하기 힘들다며 다른 병원 가라고 해서 자정 무렵 세 번째 병원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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