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메추리

알콩이 격리 해제 이틀째

꿀짱이 2021. 7. 1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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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병원에서 1-2주 더 격리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고심 끝에 어제 알콩이를 풀어줬다.

 

격리를 더 하라는 이유는 아이가 다 나았어도 세균이 더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어서라고 했다.

내가 알콩이를 풀어준 이유는 격리된 상태로 있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보여서다.

그리고 알콩이 응가의 색과 모양이 좋아 보여서, 하루 종일 녀석들을 지켜보며 돌보는 집사로서의 직감을 믿고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사실 장염이라면 뭔가를 잘못 먹고 탈이 났을 텐데, 세 녀석이 같이 몰려다니며 같은 것을 먹었는데 알콩이만 탈이 났다.

의심 가는 거라면, 아프기 며칠 전부터 자꾸 현관에 내려가서 한참을 놀며 돌아다녔는데 거기서 뭔가 주워 먹은 것이 안 좋지 않았을까 싶다.

녀석들이 노는 걸 보고 현관을 깨끗이 청소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밖을 돌아다닌 신발에서 뭐가 묻어 들어왔을지 모르는 일.

그런데 세 녀석이 같이 현관에서 놀고 신발도 쪼아대고 돌아다녔는데 알콩이만 탈이 났다는 것.

그래서 달콩과 별콩은 면역력이 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금요일 오전에 알콩이가 서서 꾸벅거리던 것도 장염으로 아파서 자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예전에 땅콩이가 무언가에 크게 놀라 스트레스받아서 잠시 서서 꾸벅거리던 모습과 닮았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격리를 더 해야 하나, 격리 스트레스 때문에 알콩이 회복이 더딘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에 엄청 고민했다.

균이 남아있어서 나온다면 응가로 나올 테니 녀석들이 알콩이 응가를 못 건드리게 철저히 감시해보자, 주말 이틀만 녀석들한테 헌납하고 따라다니며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결국 격리 해제 감행.

사육장에 가둬두고 키우는 녀석들이라면 이런 고민 안 하고 그냥 격리해두었겠지만 풀어서 키우는 녀석들이라 한 번 내 감을 믿고 풀어줘 보기로.

의사 선생님 말 안 듣는 불량 보호자라 죄송... ^^;

 

 

 

 

일요일 저녁인 현재까지는 풀어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녀석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알콩이는 아프고서 안쓰러울 정도로 마르고 조그마해졌는데, 풀려난 다음부터 식욕이 폭발해서 밥그릇에 부리를 박고 궁뎅이만 보이고 있을 때가 많다.

지금도 글을 쓰는 틈틈이 돌아보는데 알콩이는 계속 밥그릇에 들어가 있는 모습만 보인다. ㅋ

그동안 못 먹은 것 보충이라도 하려는 듯 엄청난 먹성을 보인다.

활동량도 많아지고 친구들과 같이 다니며 엄청 활발하다.

손으로 모이를 주면 미친 듯이 친구들을 제쳐가며 덤벼서 먹는다.

힘에서 밀리지 않는다.

하루 만에 홀쭉했던 옆구리가 제법 동그래진 모양새.

손으로 알곡을 줬더니 손바닥 위로 올라왔는데 금요일 아침 약 먹일 때보다 확실히 무게감이 더 있다.

내일 아침이면 예전처럼 달콩이보다 더 동그래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알콩이가 나오니까 달콩, 별콩도 엄청 반겼다.

셋이 다시 한 덩어리가 돼서 서로 깃털 골라주느라 부산스럽다.

 

산책하며 햇볕을 쬐는 게 좋을 것 같아 오후에는 거실로 유도해서 계속 머물렀다.

거실에서 한참 먹고 목욕하고 놀더니 자연스럽게 베란다까지 진출.

맘껏 뜯어먹으라고 스위트바질 화분도 내줬다.

 

엄청 좋아한다.

나중에 알콩이는 화분 위에까지 뛰어올라가 흙도 파먹고, 옆의 큰 화분에도 포르르 날아올라가 헤집고 다녔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기는 한데, 장염에서 이제 막 회복하고 있는데 화분 흙을 먹으면 어떨지 모르겠어서 얼른 내려오게 했다.

이제 베란다에서 노는 맛을 알게 된 녀석들. ㅋ

오후 내내 들어오려고 하지를 않는다.

 

한참을 베란다에서 놀더니 거실로 들어와 잠시 쉬는 녀석들.

달콩이는 꼭 내 곁으로 와서 쉰다.

그러면 알콩이가 따라온다.

별콩이는 아직 나랑 내외한다. ㅎ

 

잠시 달콩이와 붙어있던 알콩이가 혼자 있는 별콩이한테 가더니 깃털을 골라준다.

역시 다정한 알콩이.

나중에 식구가 된 별콩이를 잘 챙긴다.

달콩이는 가끔 별콩이를 공격하기도 하는데...

 

그런데 금방 다시 먹방~ ㅎ

그래, 많이 먹고 얼른 예전 모습 회복하자.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녀석들 꽁무니만 따라다니며 똥을 치우는데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니더라. ㅎ

게다가 니똥내똥 안 가리고 먹어버리는 녀석들이라 한시도 방심을 할 수 없으니.

종일 두루마리 휴지를 손에 들고 쫓아다니며 똥을 치웠다.

내가 선택해서 벌어진 상황이지만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ㅠㅠ

그래도 녀석들이 아무도 아프지 않고 이대로 쭉 건강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야.

다시 아픈 녀석이 생기면 그건 내 탓일 테니까.

내일부터는 일을 해야 하니 종일 쫓아다니며 똥을 뺏을 수는 없을 텐데 제발 아무도 아프지 않기를.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녀석들이 거의 내 주변에 머물고 자기들끼리 놀러 나가는 일이 별로 없어서 계속 지켜볼 수 있다는 것.

건강이 최고다.

건강하자,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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