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메추리

알콩이 격리 6일째 - 무서운 미니 메추리 장염

꿀짱이 2021. 7. 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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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병원에서 받아온 5일분 약을 다 먹었다.

어젯밤까지도 제법 잘 먹고 좁은 박스 안에서나마 잘 움직이고 다녔다.

잘 때도 바닥에 늘어져 엎어져서 자는 게 아니라 평소처럼 앉아서 잔다.

오늘 아침에 약을 먹이려고 꺼낼 때는 안 잡히겠다고 얼마나 퍼덕거리고 난리를 치던지.

잡혀서 약을 먹으면서도 틈만 나면 도망가려고 몸부림을 치고.

손안에 얌전히 앉아있을 때가 조금 그리우려고 했는데, 그만큼 기운을 차렸다는 뜻이니까 기뻐해야겠지... ^^;

 

혹시나 다칠까 봐 수건으로 싸서 목 아래도 살살 긁어줘 가며 달래서 약을 먹이고 도로 넣었다.

그러고서 틈틈이 살펴보는데 두어 시간이 지나도록 먹지도 않고 또 서서 자기만 한다.

아침에 새로 넣어준 사료 그릇이 건드린 흔적 없이 그대로다.

다시 가슴이 철렁.

잘 낫는 듯했는데 왜 그러지.

박스 안에서 제 똥 주워먹는 걸 두어 번 발견하고 뺏었는데 똥 먹어서 또 탈이 났나?

약도 다 먹고 없는데.

다시 병원에 갈까...

 

혹시나 해서 오전 10시쯤 박스를 들고 거실로 나갔다.

달콩, 별콩과 함께 잠시 풀어놔 보기로 했다.

똥을 싸는 즉시 치우려고 휴지를 손에 들고 대기하며 지켜봤다.

밖에 나오니까 흥분되는지 삐삐~ 거리며 잘 돌아다닌다.

손에 사료를 조금 덜어서 주니까 세 녀석이 다 달려들어 잘 먹는다.

흠...

아픈 건지, 아닌지 헷갈린다.

혼자 갇혀있어서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가...

 

세 녀석을 함께 두고 보니 알콩이가 제일 작다. ㅠㅠ

아프기 전에는 달콩이가 제일 작아서 걱정했었는데...

달콩이보다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먹는 양도 적다.

다시 병원행을 고민하고 있는데 11시 반쯤 문자가 온다.

알콩이 진료받으러 오란다.

처방받은 약을 다 먹었으니 다시 한번 보자는 건가 보다.

문자를 보고, 더 고민할 것 없이 바로 짐을 챙기고 택시를 불렀다.

 

진료받으며 오늘 오전까지의 경과를 얘기했다.

혈변을 안 본다 하니 약은 그만 먹자 한다.

항생제가 오래 먹어서 좋을 것은 없겠다.

그런데 격리를 1~2주 더 하란다.

에구...

이번 주말에 격리 풀어주려고 했는데 1~2주나 더 하라니...

하지만 오늘 오전처럼 안 먹고 자기만 하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녀석들까지 옮으면 난리가 날테니.

장염이 무섭다. ㅠㅠ

 

의사 선생님이 애 가슴을 한 번 만져보더니 '많이 말랐네요' 하신다. ㅠㅠ

몸무게를 다시 쟀는데 28g. ㅠㅠ

그동안 별로 먹지를 않았으니...

응가도 하루에 몇 개 밖에 안 보이고 크기도 녹두 알갱이보다 작다.

그래도 무게 재려고 꺼낼 때 안 잡히려고 푸드덕거리며 도망치는 걸 보고 기운은 많이 좋아졌다 하신다.

그렇죠... ㅎ

 

진료받고 돌아와 내 점심을 챙겨 먹으며 녀석들을 거실에 뒀다.

알콩이는 넣고 꺼내는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그냥 박스 안에 뒀다.

병원 다녀와서도 서서 꾸벅거리기만 하더니 거실에 나오니까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달콩별콩 먹으라고 사료를 바닥에 조금 뿌려줬는데, 녀석들 먹는 걸 보고 알콩도 제 사료를 조금씩 먹는다.

경쟁심리 이용 성공. ㅎㅎ

 

한 시간 조금 넘게 거실에 있었는데 계속 움직이며 먹는다.

에휴...

또 한시름 놨다.

 

오후 두 시쯤 알콩이가 우는 소리를 내는데 추울 때 내는 소리 비슷해서 방으로 데리고 와 전구를 켜줬다.

어제부터 밤에만 세라믹 전구를 켜주고 낮에는 적외선 전구를 켜주는데, 전구 빛 덕분인가 낮에 더 활발해진 듯.

산책도 한 몫했을 테고.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오후 5시가 다 된 지금까지 서서 자는 일 없이 잘 먹고 잘 돌아다닌다.

이제는 알콩이가 먹는 모습을 보면 내 뇌에서 엔도르핀이 나오는 듯. ㅎ

 

아침에 약 먹을 때도 그렇고, 병원 다녀오며 택시 안에서도 엄청 흥분했고, 몸무게 재느라 한 번 잡힌 것도 그렇고...

손에 잡히는 게 스트레스였나 싶기도 하다.

이제 약 먹일 일도 없으니 격리 기간이 끝날 때까지 되도록 붙잡지 않도록 해야겠다.

좁은 상자 안에 갇혀있는 게 안쓰러워 산책할 때만이라도 꺼내 주려 했는데 손에 잡히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꺼내고 넣는 게 더 안 좋을 것 같다.

당분간 산책도 상자 안에서...ㅠㅠ

 

 

 


오늘의 개그샷~

 

아침에 녀석들 똥 치운 휴지를 버리러 잠깐 화장실에 갔다 왔는데 어디서 비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뭔가 했더니 별콩이 녀석이 배변패드 봉투 안에 들어가 있다.

진짜 화장실 다녀온 몇 초 사이에 이 말썽을...

처음에는 패드 위에 앉아 있었는데, 웃겨서 사진 찍는 사이 빠져나오겠다고 몸부림치다 아래로 미끄러져 쑥 빠져버림.

 

개그샷이라고 했지만, 사실 잠깐이었기에 망정이지 내가 외출했다가 몇 시간 후에 돌아오기라도 했다면 녀석이 어떻게 됐을지... ㅠㅠ

별콩이가 날추리라 하루에 한두 번씩 꼭 비행을 하는데 오늘은 어째 착지를 해도 저기에 했는지 모르겠다.

녀석들이 비행을 해도 방 안에 위험요소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 봉투에 빠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녀석을 꺼내고서 지퍼백을 꽁꽁 닫아둠.

 

정말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녀석들이다.

덩치는 한 줌밖에 안 되는 녀석들이 시도때도 없이 사람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이번에 알콩이 아파서 신경 쓰고, 사흘 전까지 밤마다 별콩이가 날아올라서 잠까지 제대로 못 자는 바람에 오랜만에 편두통이 와서 약을 찾아 먹었다.

별콩이의 새벽 비행 문제는 해결을 봤는데, 해결 방법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알콩아, 얼른 나아서 격리 해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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