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메추리

미니 메추리가 아플 때

꿀짱이 2021. 8. 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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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이가 아팠을 때 생각했던 것들, 대처 방법을 정리해 두고 싶었다.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혹시라도 또 어느 녀석이 아플 때에 대비해서 기억도 해둘 겸.

쬐그만 주사기에 약 넣는 방법이라던가, 꿀을 먹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같은 문제들.

 

알콩이가 아팠던 것이 벌써 한 달 전이다.

아프면서 일주일 정도 못 먹은 것을, 다 낫고서 보충하다 못해 넘쳤는지 지금은 세 녀석 중 제일 통통하다.

잘 먹고 좀 크기도 해서 예전 몸매 회복하나 했는데 계속 잘 먹어서 여전히 동글동글하다.

발로 톡 차면 데구르르 굴러갈 것 같이 생겼다. ㅋ

며칠 전, 저녁을 먹다가 녀석을 보고 있으려니 마동석이 생각난다고, 이름을 동석이로 바꿀까 했더니 엄마가 뿜으심. ㅋㅋㅋㅋㅋㅋㅋ

 

어째서인지 내가 볼 때마다 밥그릇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알콩~

그리고 밥그릇에 들어가 있을 때마다 토실토실한 뒷태만 보여주는 것 같은 알콩~ ㅎ

어쨌든 건강해서 다행이다.

동글동글 땅땅한 몸매도 녀석의 매력이다. ^^

 

 

얘기가 샜다.

아픈 미니 메추리를 돌보는 방법, 정리해 보자.

 

1. 격리한다.

 

혹시라도 건강한 다른 녀석들이 전염되지 않도록, 그리고 아픈 녀석이 조용히 쉴 수 있게 아픈 메추리를 격리해 준다.

 

2. 보온해 준다.

 

미니 메추리가 아프면 무조건 따뜻하게 해주라고 한다.

 

손으로 녀석들에게 간식을 줄 때 가끔 손 위에 올라와 앉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손바닥에 느껴지는 배가 참 따뜻하다.

식빵 굽는 걸로는 고양이에게 절대 지지 않을 듯. ㅋ

그런데 알콩이가 한창 아플 때는 약이나 물을 먹이려고 꺼내보면 몸이 차가웠다.

아픈 녀석들은 스스로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나 보다.

7월 초의 더운 날씨에도 계속 전구를 켜서 온도를 높여줬다.

혹시 덥지는 않을까 걱정돼서 틈틈이 들여다봤는데 더워하기는 커녕 전구 아래에서 떠날 줄을 모르더라.

그렇게 보온을 해줬어도 몸이 차가웠으니...

아픈 미메에게 보온은 필수!

 

3. 병원에 데려간다.

 

병원에 가서 진찰과 치료를 받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겠다.

미니 메추리를 진료해주는 동물병원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특수 동물 진료하는 병원이 있어서 운이 좋았다.

진료받고 약을 먹지 않았으면 다시 건강해졌을지 어떨지 모르겠다.

아픈 걸 알고 하루 동안 물에 옥시마이신도 타주고 설탕물, 홍삼물 먹여가며 돌봤지만 전혀 낫는 기미가 없었고 죽을 것 같아서 맘이 아팠는데, 병원에서 받아온 약을 딱 두 번 먹고 기운 차리기 시작해서 하루 만에 스스로 밥도 먹기 시작했다.

 

부모님 덕분(?)에 구급차도 여러 번 타보고 병원 구경 많이 해봤지만 동물병원까지 출입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픈 녀석 때문에 신경 쓰이는 와중에도 약 봉투에 알콩이 이름 적혀 있는 것이 왜 그리 귀엽던지.

 

이때가 태어난 지 5주 차 정도 되었을 때이니 지금보다도 작을 때다.

처음 병원에서 잰 몸무게가 32g이었다.

이렇게 조그만 녀석에게 먹일 가루약의 양은 정말 한 꼬집도 안 될 정도로 아주 적었다.

처음 약 봉지를 꺼내 보고서는 빈 봉지 아닌가 당황했을 정도.

약 봉지를 뜯어 봉지 안에 '묻어있는' 가루를 티스푼에 탈탈 털어낸 다음 주사기로 2cc 정도의 물을 부어 잘 섞어주고 다시 주사기로 빨아들여서 먹였다.

약을 꺼낼 때 손이 삐끗해 흘리기라도 하면 안 그래도 적은 가루약이 어디로 갔나 보이지도 않는다. ㅠㅠ

사실 그렇게 한 번 흘려서 10번 먹여야 할 약을 9번 밖에 못 먹였다. - -;;;

그 다음부터는 혹시나 흘릴까 봉지 뜯을 때도 조심조심, 티스푼 잡을 때도 조심, 또 조심....

 

가루약은 분홍색에 달콤한 향이 났다.

설탕물이나 홍삼물 먹일 때는 알콩이가 싫은지 고개를 홱홱 돌려대서 물이 다 튀고 먹는 것 반, 흘리는 것 반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약은 얌전히 잘 받아먹었다.

약을 잘 먹길래 약 다 먹은 다음 곧바로 홍삼물을 주사기로 대주면 여지없이 고개를 홱 돌려버림. ㅋ

홍삼물이 씁쓸하고 맛없긴 하지. ㅎ

 

3. 수분 섭취시킨다.

 

다른 이유로 아픈 미메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알콩이는 장염이라 그런지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먹지 않으니 기운이 점점 빠지고 마시지도 않으니 옥시마이신을 물에 타줘도 소용이 없고...

물을 강제로 먹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니 메추리는 이틀 정도 물을 안 마시면 탈수로 죽는다고 한다.

 

폴리에이드라고, 사람이 탈진했을 때 포도당 주사 맞는 것처럼 새들에게 응급으로 먹이는 영양제가 있는 모양인데, 이게 없으면 설탕물을 타서 먹이면 된단다.

설탕의 양은 맛을 봤을 때 달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듬뿍 타주면 된다고.

또 설탕물보다는 홍삼물이 더 효과가 좋다고 한다.

그래서 알콩이도 아무 것도 안 먹을 때 30분마다 설탕물을, 이틀째부터는 홍삼물을 먹였다.

홍삼물 비율은 종이컵 하나 분량의 물에 홍삼액 티스푼 하나 정도.

알콩이는 어릴 때라 티스푼으로 반만 타줬다.

 

30분마다 격리해놓은 리빙박스에서 꺼내고 넣는 것도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서 낮 동안에는 수건으로 잘 싸서 안고 있기도 했다.

 

수건에 둘둘 싸여서 계속 잠만 자는 알콩.

그런 알콩이를 따라와서 내 발밑을 지키고 앉아 있는 달콩별콩.

의리 있는 녀석들 같으니. ㅎ

 

잠만 자는 모습을 보니 새삼 안쓰럽다.

너무 조그마했다.

마동석을 닮은 지금과는 달리. ㅋㅋ

 

설탕물을 먹이다가 설탕물 대신 꿀물을 먹이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알아봤는데 카페에 미니 메추리에게 꿀은 먹이지 않는 게 좋다는 글이 있었다.

혹시나 해서 미니 메추리에게 꿀을 먹여도 괜찮은가 구글링해보니 키우는 미메에게 꿀이 섞인 간식을 만들어 먹였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는 글이 있었다.

소량만 먹이면 괜찮을 것 같다.

달콩이가 호흡기 초기 증상을 보여서 집에 있는 프로폴리스를 물 100ml에 스포이드로 한 방울만 타서 사흘 정도 먹인 적이 있다.

순 프로폴리스액이 아니라 꿀과 섞인 제품인데, 먹고도 탈없이 건강하니 소량의 꿀은 먹여도 괜찮은 걸로~

 

 

 

* 알콩이는 지금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낸다.

어느새 어른이 다 돼서 별콩이에게 들이대기도 하면서 ^^

이제 9주 차 정도 되었겠다.

태어난 지 두 달이 넘었네.

별콩이가 아직 싫어하기는 하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알콩이가 눈치 없이 마구 들이대지는 않는다는 것.

하루에 두어 번 정도 짝짓기 시도를 하는데 거부당하면 그냥 쿨하게 거리 유지한다.

 

 

 

** 생명충전소 카페에서 유용한 정보도 많이 얻지만, 병원에 데려가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 것도 카페를 통해서다.

일요일 오후에 녀석의 혈변을 보고 급한 대로 카페에 들어가 대처 방법을 찾아봤는데, 혈변으로 검색하니 글들이 죄다 콕시듐이라고 콕시듐 약을 사서 먹이라는 조언들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도 그런가보다 하고 병원에 전화해서는 콕시듐 약 있냐고, 처방받을 수 있냐고 문의하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니, 어이없는 짓을 했다. 스스로 진단 내리고 의사에게 약만 내놓으시오~ 한 격이니...)

그런데 진료를 받으니 세균성 장염이라고...

항생제 처방 받아 먹고 깨끗이 나았으니 콕시듐 아님.

콕시듐증은 기생충 원충 감염으로 생기는 질병이다.

콕시듐에 걸렸을 때는 항생제와 항원충제로 치료해야 한단다.

병원 진료 안 받고 카페에서 본 글만 믿고서 콕시듐 약만 구해 먹였으면...

그래도 알콩이가 잘 나았을까?

 

어쨌든 결론은, 미니 메추리가 혈변을 본다고 해서 다 콕시듐에 걸린 건 아니라는 거다.

 

생각해 보면 미니 메추리는 보통 집안에서만 키우는데 콕시듐 원충에 감염될 가능성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실외에서 키우는 아이들이라면 모를까.

그보다는 세균성 장염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 같다.

 

세균성이든 콕시듐이든, 애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려면 환경을 깨끗이 관리해 주는 게 중요하겠다.

녀석들 덕분에 청소를 싫어하는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빗자루를 든다. ㅎ

청소는 얼마든지 해줄테니 제발 아프지만 말아라.

사람이든 동물이든 환자를 돌보는 건 너무 힘들다.

정신적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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