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엄마가 요가를 다녀와서 현관을 들어서는데 미메 녀석들이 조용하더란다.
보통은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나면 방에 있다가도 쪼르르 달려 나오는데.
어디 있나 싶어 알콩달콩을 부르며 찾아다녔는데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고.
베란다에도 없고, 방에도 없고.
혹시나 부엌 다용도실로 날아서 나갔나 싶어 찾아봤는데 거기도 없고.
우리가 부르면 짹짹 거리는 소리로 '여기 있소~' 하는 기척을 내는데 그날따라 녀석들이 조용하기만 하더란다.
한참을 부르며 찾다가 포기하고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녀석들이 태연하게 거실을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ㅋㅋ
도대체 어디 숨어있다가 나왔는지 미스터리란다.
며칠 후.
쉬는 날이어서 집에 있는데 어느 순간 녀석들 기척이 안 느껴지고 보이지 않았다.
오호~
드디어 어디에 은신처를 만들었는지 밝혀낼 기회가 온건가. ㅋ
알콩 달콩을 부르며 찾아다니기 시작.
일단 방에는 없고.
잘 가는 주방과 베란다에도 없음.
책장도 살펴봤는데 안 보임.
옷방에서도 예전에 알을 낳아놨던 선반 뒤쪽이랑 구석구석 살펴봤는데 없다.
이름을 불러도 짹–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숨어 있다.
그러다 혹시나 해서 책장을 다시 들여다봤다.
빼꼼~
아니, 이 녀석들이—
어째 소리 하나 안 내고 조용히 숨어 있었더란 말이냐. ㅋㅋㅋ
책장 깊이가 30cm이고 반신욕기에 가려져서 옆에서 보면 안 보이는데 반신욕기를 살짝 밀고 고개를 들이미니까 보인다.
책장 깊숙이 들어가 앉은 달콩 마님과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알콩.
카메라를 들이대니 에이~ 들켰다는 듯 슬그머니 나옴. ㅋ
이 자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 후로 달콩이가 툭하면 들어가 한참 앉아 있다 나오곤 했다.
그러면 알콩이는 달콩이 안 보인다고, 울어대며 찾아다니고. ^^;
알콩이가 아무리 울며 찾아도 달콩이는 꿈쩍도 안 하고 20분이고, 30분이고, 내킬 때까지 앉아 있다가 나오곤 했다.
그렇게 며칠 보내더니 달콩이가 안 보이면 알콩이가 책장으로 쪼르르 달려가기 시작했다.
녀석, 학습 능력이라는 것이 있었군. ㅋ
그런데 알콩이가 책장을 기웃거리면 달콩이가 마구 성질을 부린다.
머리를 낮추고 소리를 질러대며 알콩이가 접근 못하게 한다.
그러면 알콩이는 쭈뼛해서 입구에서만 머뭇거리기도 하고, 어쩌다 한 번씩은 그냥 들이밀고 들어가서 달콩이랑 추격전을 벌이기도 하고.
알콩이는 달콩이가 그리워서(짝짓기가 하고 싶어서 ^^;) 쫓아가고 달콩이는 싫다고 소리 지르며 도망가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알콩이가 너무 거칠게 굴지만 않으면 내버려 두는 편인데, 머리 깃을 물어대면서 너무 막 들이대면 떼어놓는다.
달콩이가 너무 예민해져서 왜 그러나 하고 봤더니 어느새 책장에 알을 낳아놨다.
이때만 해도 전처럼 알을 깨서 먹어버릴까봐 알을 바로 빼버렸다.
하지만 알을 낳고서 전에 없이 예민해진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어느 날인가 달콩이가 책장을 부리로 긁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책장 구석구석 긁어대더니 안 되겠는지 나와서 책까지 여기저기 부리로 마구 긁고 쪼아댄다.
가만 보니 예전에 짚 둥지를 뜯어서 알 낳을 자리를 꾸밀 때 했던 행동 같다.
하지만 매끈매끈한 책등은 아무리 쪼고 긁어도 나오는 것 하나 없고...
마음에 드는 은신처에 보금자리라도 만들려는 건가 싶어 둥지풀을 한 줌 꺼내왔다.
달콩이가 예민해져서 책장 앞에 누가 기웃거리기만 하면 소리를 지르는 통에 눈치를 봐가며 둥지풀 하나를 슬쩍 들이밀어 봤다.
잠시 후 뿅 — 사라짐. ㅋㅋㅋㅋㅋ
한참을 앉아서 하나씩, 둘씩 둥지풀을 달콩 마님께 바쳤다. ㅎ
그럼 열심히 물고 가서 자리를 꾸민다.
둥지 꾸미느라 바쁜 달콩 마님.
바빠서 신경쓸 겨를이 없는지 카메라를 들이대도 성질 안 부리고 둥지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한창 꾸미다가 바람이라도 쐬려는지 밖으로 나오심.
오호~
대충 물어다 놓는 것 같아 보여도 모양이 제법 둥지같이 나온다.
둥지풀이 아직 모자란 듯.
더 갖다 줘야겠다.
조용한 곳을 찾아 들어가 한참 앉아 있다가 나오는 것도 그렇고, 전에 안 하던 둥지를 꾸미는 것도 그렇고, 달콩이가 엄마가 되고 싶어 준비를 하는 것 같다.
굳이 포란을 시킬 생각은 없었는데 달콩이가 하려고 하면 어떻게 되나 한 번 지켜볼까 싶은 생각도 든다.
열심히 꾸민 둥지에 들어가 앉아 있는 달콩 마님.
어느새 목욕까지 하고 오셨네?
음...
그런데, 달콩.
꼭 책장이어야겠니?
뭐, 네 맘에 든다면 어쩔 수 없지. ^^
집사가 양보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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