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부터 갑자기 휘몰아친 변화.
두통이 시작되려고 한다.
잠시 숨을 돌려야겠다.
지난 목요일.
퇴근 후.
엄마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 표시를 보고 전화를 했다.
흐느끼느라 제대로 말도 못 하며 전한 소식.
달콩이가 죽었다.
갑자기.
사고로.
또... 인간의 실수로 건강하게 잘 지내던 조그만 생명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렸다.
퇴근하자마자 달콩이를 데리고 땅콩, 별콩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세상에...
세 녀석째 묻는구나...
갑자기 현타가 온다.
내가 녀석들을 키울 자격이 없는 게 아닐까.
달콩이를 땅콩, 별콩 옆에 묻어주고 뒤돌아 내려오는데 엄마가 엉엉 우신다.
내가 땅콩이 보낼 때 그랬듯.
엄마 마음을 너무나 잘 알겠어서...
낮에 혼자, 다친 녀석을 안고 병원 찾아가느라 동동거렸을 엄마.
달콩이가 떠난 것도 슬프지만 마음이 너무 아프다.
집에 오니 알콩이는 제 짝을 찾아 집안 구석구석을 다니며 목청껏 울고 있다.
그 모습에 또 눈물이 왈칵 나온다.
다음날 결근했다.
오전 내내 엄마랑 산을 돌아다니다 달콩이에게 밤새 안녕... 인사를 하고 왔다.
알콩이가 종일 울어댄다.
엄마가 좋은 데 있으면 알콩이 입양 보내라 하신다.
키우던 애가 하늘나라 가는 게 너무 맘 아프다고.
어찌됐건 알콩이 혼자 지내는 건 안되겠어서 컴퓨터를 켰다.
'미니 메추리 분양'이라고 입력하고 검색 버튼을 눌렀다.
병아리, 암수 1쌍, 또는 수컷...
암컷만은 분양 안 한단다.
수컷을 데려가겠다는 곳도 안 보인다.
암컷은 돈을 내고 데려가라고 하고, 수컷은 공짜로 준단다.
하아...
알콩이 입양가기는 힘들겠다...
뒤지고 뒤지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분양 중인 암컷을 봤다.
연락을 해봤는데 요양 중인 아이여서 분양이 어렵겠단다.
얼른 건강해지길.
결국 생명충전소 카페로 갔다.
사실 카페부터 갔어야 했다.
하지만 가입만 해놓고 거의 2년을 유령회원으로 지내다가 나 필요할 때 가서 아쉬운 소리 하자니 괜히 마음에 걸려서.
한참 늦은 가입인사부터 했다.
바로 분양 원한다는 글을 올리기가 민망해서 하루, 이틀... 카페를 둘러보고 댓글도 달아보고 그랬다.
사흘째 오후.
여전히 달콩이를 찾아 여기저기 쏘다니며 우는 알콩이를 뒤쫓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녀석이 도통 가만히 있질 않아서 제대로, 이쁘게 나오는 사진이 없다.
한참을 따라다녀서 겨우 사진 하나 건졌다.
침실, 거실 놀이방 사진도 찍었다.
달리기 중인 알콩.
카페에 <신붓감 구함> 글을 쓰고 사진을 올렸다.
오후가 다 지나도록 카페에 머물며 반응을 살피는데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
내 글보다 늦게 올라온 글들에는 금방금방 댓글이 달리는데.
역시 안되는 걸까...
저녁 시간이 되어 로그아웃하고 나왔다.
최후의 수단으로, 미메를 분양한다는 펫 샵 주소를 찾아 메모해놨다.
며칠 더 찾아보고 안 되면 거기 가서 사오기라도 해야지.
오늘.
아침을 먹고, 어제 못한 메추리 방 청소도 하고, 사료랑 물도 갈아줬다.
침실이랑 거실 놀이방도 새로 손봤다.
아직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는데 새 식구 맞을 준비부터...
무거운 판석을 전부 치워버리고 논슬립 쟁반을 다시 꺼냈다.
달콩이 발톱때문에 깔아준 판석인데, 이젠 뭐...
거실 놀이방은 너무 휑해 보여서 돗자리를 걷어내고 창고에 넣어둔 리빙박스를 다시 꺼내왔다.
어디선가 사은품으로 받은 배변패드를 깔고 그 위에 이불도 깔아준 다음 둥지를 넣었다.
좀 더 아늑해 보이라고 안 입는 티셔츠를 덮어 투명한 지붕을 가려줬다.
날도 점점 추워질 테고 이제는 되도록 방 안에서만 지내게 할 생각이라 거실 놀이방을 줄였다.
청소를 끝내고 다시 카페에 들어가 봤다.
오~!
댓글이 많이 달려있다.
그중에 암컷을 분양 보낸다고, 관심 있으면 연락하라는 글까지 있다.
채팅 글도 하나 와있다.
세상에~
밖은 어두컴컴하고 비가 내리지만 갑자기 세상이 환해진 기분이다.
부랴부랴 문자를 보냈다.
채팅에도 답을 했다.
모레, 새 식구를 데리러 간다.
한 고비는 넘겼다.
알콩이도 새로 온 아이를 잘 반기고, 새로 오는 아이도 적응 잘해서 둘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내면 좋겠다.
그런데, 갑자기 달콩이 생각이 나는 건......
큰일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컥해서.
일도 새로 시작해야 하고, 그러자니 공부도 좀 해야겠는데...
오늘은 한숨 돌리고 내일부터 다시 파이팅이다.
아... 파이팅하기 싫은데...
여유를 가지고 한 발 한 발 다시 가보자.
편두통으로 나가떨어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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